요즘에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DNA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고, 세포의 유정형질을 변형하기 위한 DNA 조작도 실험실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될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유전과 관련된 분자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당시 생물학자들은 유전물질이 염색체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DNA와 단백질 중 하나가 유전물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단백질이 유전물질일 것이라는 생각이 더 우세했다. 단백질이 DNA보다 더 구조가 복잡하고 기능도 매우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생물학자들이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박테리아와 박테리아를 감염하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서였다. 이 비약적 발견으로 유전을 분자수준으로 연구하는 분야인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이 시작되었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발견은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의학자였던 프레데릭 그리피스(Frederick Griffith)는 폐렴을 일으키는 병원성 박테리아와 비병원성 박테리아 균주(strain; 변이종, variety)를 연구하고 있던 중 죽은 병원성 박테리아를 살아 있는 비병원성 박테리아와 섞었더니 살아있던 비병원성 박테리아의 일부가 병원성을 갖게 된다는 발견에 놀랐다. 게다가 새롭게 획득한 질병 생성능력은 형질전환된 개체의 모든 자손에게 유전되고 있었다. 죽은 박테리아의 어떤 화학성분이 살아 있는 박테리아에게 유전되는 '형질전환인자(transforming factor)'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피스의 결과는 형질전환인자를 규명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1952년, 미국의 생물학자인 알프레드 허시(Alfred Hershey)와 마르타 체이스(Martha Chase)는 대장균(Escherichiacoli, E. coli) 박테리아를 감염하는 T2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DNA 유전물질임을 확정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박테리아를 감염하는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하는데 이는 박테리아를 '먹는다'를 의미하며, 간단히 파지(phage)라고 부르기도 한다.
DNA(파란색)와 단백질(노란색)으로만 구성되어있는 T2 파지의 구조를 보여주고있다. T2 파지는 DNA가 들어 있는 머리(head)가 부착된 달착륙선과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꼬리섬유는 감염되는 박테리아의 표면에 부착할 때 사용된다. 허시와 체이스는 T2 파지가 감염된 숙주를 조절하여 새로운 파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러한 능력이 DNA와 단백질 중 어느것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허시와 체이스는 파지가 박테리아를 감염할 때 파지의 어떤 성분이 박테리아로 들어가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고안해서 이 의문을 해결했다. 실험에는 몇 가지 비교적 간단한 실험장비만 사용되었는데, 방사성 동위원소와 방사성 동위원소를 감지하는 장치, 부엌에서 사용하는 믹서 그리고 시험관을 돌려 무게가 다른 입자를 분리하는 원심분리기라는 실험기구 등이 사용되었다. (이것들은 여전히 분자생물학의 기본 도구이다.)
허시와 체이스는 서로 다른 도우이원소로 T2 파지의 DNA와 단백질을 표지하였다. 우선, 이들은 T2 파지를 방사성 황(S) 원소가 들어있는 배지에서 대장균과 함께 배양하였다. 단백질은 황을 가지지만 DNA는 황을 가지지 않으므로, 파지의 단백질에만 방사성 황 원소가 삽입된다. 한편 파지를 방사성을 띠는 인(P) 원소가 들어 있는 배지에서 파지를 배양하면, 인은 주로 DNA에만 존재하므로 파지의 DNA만 방사성 인 원소로 표지된다.
두 다른 동위원소로 표지된 T2 파지를 가지고, 허시와 체이스는 요약된 다음 실험을 수행하였다. ①서로 다르게 표지된 T2 파지를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되지 않은 박테리아에 각각 감염시킨다. ②감염 직후 위의 배양액을 믹서에 넣고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 박테리아 세포내에 들어가지 않고 남아 있는 파지를 박테리아에서 분리시킨다. ③감염된 박테리아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원심분리하면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박테리아는 원심분리관의 바닥에 가라앉고, 가벼운 파지는 액체성분 속에 남는다. ④원심분리 후 가라앉은 박테리아와 상층액에 있는 파지의 방사성을 각각 측정하였다.
허쉬와 체이스는 단백질이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된 T2 파지로 박테리아를 감염시킨 경우 대부분의 방사성이 박테리아는 없고 파지만 들어 있는 액체 부분에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파지의 단백질은 박테리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DNA가 방사성으로 표지된 파지로 박테리아를 감염시킨 경우 박테리아가 존재하는 침절물에서만 방사성이 발견되었다. 이어 이 박테리아를 새로운 액체 배지로 옮겨 배양하면 파지가 증식되어 박테리아가 터지면서 방사성 인을 함유하는 DNA와 비방사성 황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을 갖는 새로운 파지가 방출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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